상화의 시

비 갠 아침
19/04/29 17:51:57 관리자 조회 4435

비 갠 아침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 -이상화-

 

밤이 새도록 퍼붓던 그 비도 그치고

동편 하늘이 이제야 불그레하다

기다리는 듯 고요한 이 땅 위로

해는 점잖게 돋아 오른다.

눈부신 이 땅

아름다운 이 땅

내야 세상이 너무도 밝고 깨끗해서

발을 내밀기에 황송만 하다.

해는 모든 것에게 젖을 주었나 보다

동무여 보아라

우리의 앞뒤로 있는 모든 것이

햇살의 가닥- 가닥을 잡고 빨지 않느냐.

이런 기쁨이 또 있으랴

이런 좋은 일이 또 있으랴

이 땅은 사랑 뭉텅이 같구나

아 오늘의 우리 목숨은 복스러워도 보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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